이 글은 개발자 영어 – 그 중에서도 영어 독해 능력 향상 방법과 그 이점에 대해 설명 드립니다.

개발자 영어 독해, 나도 좀 하는 것 같은데?

지난 해(2021년) 2월부터 저는 영국에 있는 한 게임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영국 취업 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IELTS 라는 영어 시험을 보아야 합니다. 전문직 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B1 레벨(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각 4.0 초과)을 받으면 되는데, 저는 C1 레벨(총점 평균 7.0점 이상)을 받았고 그 중에서 읽기는 8점을 맞았습니다. 9점이 만점이니까 읽기 점수가 꽤 높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2016년에 한국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와서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게임 회사에서 몇년 간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영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데다가 영국 취업을 준비하면서 프로그래밍 및 기타 기술 서적을 일부러 영어책으로만 읽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몰라도 독해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험 성적을 받아 들었을 때, “어 나도 이제 영어 좀 하는데!” 하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습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착각이었음은 금방 드러났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개발 중인 게임과 관련한 기획 및 기술 문서들을 읽고 진행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AAA급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중간 합류했기 때문에 읽어야 할 문서의 분량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래도 뭐 할 수 있겠지. 영어 읽기 8점이잖아” 이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문서를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글이 생각처럼 빨리 읽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어려운 단어도 없는데 왜 이렇게 안 읽어지지? 기술 서적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원인을 분석해 보다

사실 그 때는 바로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그 이유는 제가 읽던 글들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개성들, 즉 글을 작성한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문체, 부정확한 표현이나 문법, 생소한 구어적 표현 등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독일 게임회사에 취업한 이래로 몇년에 걸쳐 계속 영어책을 꾸준히 읽어 온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읽었던 책들이 대부분 기술 서적들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 책들은 편집자와 교정자가 달라 붙어서 잘 다듬어낸 문장과 표현들로 가득했습니다. 문법도 정확하고 최대한 정확한 의미가 전달되도록 가공된 책들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회사에서 접한 문서들은 전혀 달랐습니다.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서 자라나고 교육 받았던 사람들이 거칠게 작성한 영어 문서들이었던 것입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영어 원어민들, 즉 어려서부터 영어 글쓰기를 제대로 훈련 받은 사람들이 작성한 문서와, 영어를 외국어로 배워 왔던 사람들의 글이 마구 뒤섞여 있었습니다. 제가 읽은 문서들은 스페인, 베트남, 프랑스, 세르비아, 인도, 필리핀, 독일 등 수 많은 다른 나라 출신들이 그들만의 문체로, 때로는 부정확한 문법에 따라 작성한 영어 문서들이었습니다. 당연히 편집자나 교정자도 없습니다. 잘 다듬어진 영어 문장으로 가득한 기술 서적 위주로만 읽어 왔던 제 머리속에 술술 들어 올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과제 – 개발자 영어 독해 레벨 업!

따라서 저에게는 이제 다른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영어 읽기 능력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했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온갖 종류의 다양한 영어 문서, 책, 신문, 잡지,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매일 꾸준히 많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할 때는 지하철 역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신문, 메트로(Metro)를 집어 들고 읽었습니다(독자 투고란을 주로 많이 봤습니다). 퇴근 후에는 하루 1시간에서 3시간씩 영어책을 매일 읽었습니다. 기술서적 뿐 아니라 역사, 철학, 서양 건축사, 에세이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도 거친 영어 문장의 온갖 문서들을 틈나는대로 계속 읽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1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 순간 무엇인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어책이나 문서를 읽는 것이 갑자기 편해진 것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고, 글이 뭔가 물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머리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일단 이렇게 글 읽는 것이 편안해지자 영어로 된 문서나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더 이상 공부나 학습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1년간의 꾸준한 읽기가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비약적인 도약 같은 데 발생한 것 같았습니다. 

개발자 영어 독해 능력 향상이 준 선물

영어 독해 능력이 이렇게 향상되면서, 많은 이점이 생겼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아무래도 좋은 책이 나왔을 때 원서가 한글로 번역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빨리 읽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잘 팔릴 것 같지 않은 책들이나, 무명의 저자가 독립 출판 방식으로 아마존 등에 출간한 책 같은 것을 읽어 볼 수 있다는 점은 저에게 아주 큰 선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듣기나 말하기, 쓰기 같은 다른 분야의 영어까지 잘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일단은 읽기 능력 하나만 확실히 향상시켜도 그것이 주는 이점은 엄청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가급적 다양한 영어 문서나 책을 많이 읽고, 필요하다면 온라인 강의튜터링 등 많은 수단을 동원해서 영어 읽기에 더 능숙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게임 개발자로 일하고 계신데, 새로운 지식을 주로 번역서로만 얻으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매일 영어 읽기 연습을 시작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1년 정도만 꾸준히 하시면 아마 다른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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