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24세 청년 에릭 바론(Eric Barone)은 미국 시애틀의 작은 방에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이력서에 넣을 포트폴리오용으로 6개월이면 충분할 줄 알았던 농장 게임 개발은, 그의 지독한 완벽주의와 맞물려 무려 4년 반이라는 긴 터널로 이어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에릭의 삶에 ‘휴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자친구 앰버(Amber)의 수입과 파라마운트 극장의 저녁 안내원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며, 그는 일주일 내내 하루 평균 10시간, 주 70시간 이상을 모니터 앞에서 보냈습니다. 기획부터 프로그래밍, 도트 그래픽, 작곡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바깥세상과의 교류는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극심한 우울과 번아웃이 파도처럼 밀려와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수없이 반복되었습니다.

2016년 2월, 마침내 세상에 나온 《스타듀 밸리(Stardew Valley)》는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장 이상 팔려나가며 인디 게임 역사상 손꼽히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성공은 그에게 안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가혹한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게임이 출시된 직후,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개발할 때는 하루에 10시간씩 일했는데, 게임이 출시된 지금은 하루에 15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단 하나의 버그라도 발견되면 플레이어들이 실망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밤늦게 잠들 때까지 트위터와 레딧(Reddit),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새로고침하며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버그 리포트와 불만 메시지에 일일이 답장을 보내고 실시간 패치를 올렸습니다.

결국 심신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하자, 에릭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일과 일상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가장 먼저 자신을 24시간 옥죄던 모바일 이식과 멀티플레이어 네트워크 작업, 퍼블리싱 업무를 외부 파트너사와 소규모 팀에 과감히 위임하며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던 완벽주의를 내려놓았습니다. 또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 그에게 수많은 기업과 미디어의 미팅, 인터뷰, 강연 및 행사 초청이 쏟아졌지만, 그는 자신의 평온과 시간을 지키기 위해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며 대부분의 외부 약속을 거절했습니다.

나아가 차기작 《헌티드 쇼콜라티에(Haunted Chocolatier)》를 개발하면서는 팬들의 재촉과 실시간 여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소셜 미디어와의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는 “출시일을 미리 정해두지 않겠다. 준비가 되면 그때 세상에 나올 것”이라고 선언하며,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가 아닌 오직 자신의 정신 건강과 온전한 삶의 리듬을 지키는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