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메모리 문제와 자주 마주칩니다. 그중에서도 메모리 조각화(fragmentation)는 꽤 까다로운 녀석이죠. 이름만 들어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념 자체는 아주 명확합니다. 메모리가 넉넉해 보이는데도 할당에 실패하는 현상을 말하거든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왜 빈 공간을 사용할 수 없을까요?

일반적인 힙(heap) 메모리 영역을 살펴보겠습니다. 이곳에서는 크기가 다른 메모리 블록들이 수시로 들어오고 나갑니다. 할당과 해제가 반복되면서 공간이 뒤섞이게 되죠.

메모리가 넉넉한데 할당에 실패하는 이유, 메모리 조각화

처음에는 깔끔하게 이어져 있던 메모리가 점점 잘게 쪼개집니다. 빈 공간 사이사이에 사용 중인 블록들이 끼어들게 됩니다. 바로 이 상태가 조각화가 진행된 모습입니다.

총량이 충분해도 오류가 발생합니다

조각화가 무서운 점은 겉보기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전체 여유 메모리의 총량은 충분할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그 공간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작은 조각들로 흩어져 있다면 큰 덩어리를 담을 수 없습니다. 프로그래머는 "공간이 남았는데 왜 안 되지?"라며 당황하게 되죠. 이런 상황은 디버깅하기도 정말 까다롭습니다.

가상 메모리가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가상 메모리(virtual memory)가 이 문제를 덜어줍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을 연속된 것처럼 보이게 해주니까요. 운영체제가 중간에서 주소를 부지런히 연결해 줍니다.

덕분에 일반적인 응용 프로그램은 조각화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머가 복잡한 물리 주소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죠.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만능은 아닙니다.

콘솔 게임 엔진의 특별한 사정

게임 엔진, 특히 콘솔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는 언제나 일정한 성능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상 메모리의 주소 변환 과정도 부담이 될 수 있죠.

페이지 폴트 같은 현상은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많은 콘솔 엔진은 가상 메모리 사용을 줄이려 노력합니다. 대신 직접 메모리를 관리하는 방식을 택하곤 합니다.

조각화를 막기 위한 전략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메모리 풀이나 고정 할당 전략입니다. 메모리를 미리 확보해 두고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 쓰는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조각화가 생길 틈을 주지 않습니다.

메모리 할당과 해제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동적 할당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위해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양보다 관리 방법이 중요합니다

메모리 문제는 단순히 양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주어진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조각화를 방치하면 성능 저하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게임 엔진이 메모리 설계를 그토록 신중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라면 이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견고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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