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캐릭터가 움직이는 원리는 참 다양하고 흥미롭습니다. 보통은 캐릭터 몸속에 가상의 뼈나 관절을 심어서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델을 이루는 점 하나하나를 직접 움직이는 방식도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정점 기반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 들으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쉽게 말해 찰흙 덩어리를 손으로 직접 빚어서 모양을 바꾸는 것과 비슷합니다.
점을 직접 움직이는 정점 애니메이션
여기서 말하는 정점(Vertex)이란 3D 모델의 표면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점을 말합니다. 이 점들의 위치를 시간 흐름에 따라 바꾸면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합니다. 팔이 고무처럼 늘어나거나 얼굴이 찌그러지는 연출도 가능하죠.
그래서 이 방식은 어떤 형태든 만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근육이 불룩 튀어나오는 모습도 아주 자연스럽게 구현됩니다.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용량이 커지는 문제
하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만큼 분명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모든 정점이 언제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부 저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프레임마다 수천 개가 넘는 점의 위치를 기록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데이터 양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전신 동작처럼 길고 반복되는 움직임에 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은 보통 이 방식을 꼭 필요한 곳에만 골라서 사용합니다.
효율적인 대안 모프 타깃의 등장
이런 용량 문제를 해결하면서 정점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린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모프 타깃(Morph Target)이라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캐릭터의 모든 움직임 경로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본 표정과 웃는 얼굴 같은 극단적인 표정 몇 개만 미리 저장해 둡니다. 기준이 되는 몇 가지 상태만 기억해 두는 셈이죠. 이렇게 하면 데이터를 훨씬 아낄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부드러운 표정 변화의 비밀
그렇다면 저장된 표정 사이는 어떻게 연결할까요. 여기서 선형 보간(LERP)이라는 계산법이 쓰입니다. 두 가지 상태를 수학적으로 부드럽게 섞어주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표정에서 미소로 바뀔 때 표정이 툭 하고 끊기지 않습니다.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고 눈가가 조금씩 휘어지며 변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표정 변화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얼굴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이유
이 기술이 얼굴 표현에 자주 쓰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얼굴은 눈이나 입, 볼의 근육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복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뼈와 관절만으로는 이런 섬세함을 모두 담기 어렵습니다.
반면 모프 타깃은 점 단위로 미세하게 형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눈가의 작은 주름이나 입 주변의 떨림까지 표현이 가능하죠. 감정 전달이 중요한 장면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기술입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같은 게임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캐릭터들이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하는 장면이 참 많습니다. 이런 섬세한 연출은 모프 타깃 덕분에 가능한 것입니다.
두 가지 방식의 조화로운 공존
정리하자면 이 기술은 비싸지만 아주 강력한 표현 도구입니다. 전신을 움직일 때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처럼 복잡한 변형이 필요한 곳에는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신 게임들은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합니다. 몸 동작은 관절 방식으로 처리하고 얼굴은 모프 타깃으로 보완하는 식입니다. 각 기술의 장점만 쏙쏙 골라 쓰는 셈입니다.
이런 영리한 분업 덕분에 캐릭터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우리는 그 덕분에 게임 속 인물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