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레이어 뿐 아니라 게임 개발자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롤플레잉 게임일 것입니다. 저 또한 게임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롤플레잉 게임 개발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롤플레잉 게임 개발에 관한 일화

그런데 롤플레잉 게임 개발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제 기억과 경험(혹은 편견)에만 의존한 내용이라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1990년대 말 한국의 게임 개발자와 개발사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계시다면 재미로 읽어보실만 하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소개해 봅니다.

1990년대 많은 한국 게임 개발자들은 RPG를 선호했다

제가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1996년에 게임 회사에 취업했을 때, 제가 만나 본 게임 개발자들, 특히 게임 기획자들의 성향은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두 부류의 게임 개발자들

우선 첫번 째 그룹. 당시에는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에 감명을 받아서 자신도 그러한 게임을 만들고자 게임 개발에 뛰어든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들이 특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감동적인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울티마와 같은 미국식 롤플레잉 게임에 깊이 빠져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자유도 높은 게임 플레이였습니다. 게임에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하나로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자유롭게 활용해서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게임을 선호했습니다.

차이를 넘어 같은 곳으로

그런데 이렇게 두 가지의 성향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었던 게임 개발자들이 어느 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스타일의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도대체 어떤 스타일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디아블로 때문입니다. 블리자드가 디아블로를 출시하고 나서 세상이 한 순간에 바뀌어 버렸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같은 감동의 롤플레잉 게임 개발을 원했던 개발자도, 울티마 같은 자유도 높은 롤플레잉 게임 개발을 원했던 개발자도 모두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액션 RPG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었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 – 롤플레잉 게임 너머

이후 한동안 게임 개발자들은 디아블로식의 액션 RPG 를 만들고 싶어했고, 실제로 꽤 많은 회사들이 이 장르의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게임은 다시 바뀌게 되는데, 그 때는 놀랍게도 장르까지 바뀌게 됩니다.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그 좋아하던 롤플레잉 게임 장르를 떠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로 전향(?)하고 말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짐작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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