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하신 적 있나요? 캐릭터를 하나의 유연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딱딱한 조각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강체 계층 애니메이션(Rigid Hierarchical Animation)이라고 부르는 기법이죠. 여기서 ‘강체’라는 말은 각 부분이 고무처럼 늘어나지 않고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방식은 캐릭터의 팔, 다리, 몸통, 머리를 각각 독립된 파츠로 취급합니다. 각 파츠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라는 끈끈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죠. 몸통이 부모라면 팔과 다리는 자식이 되는 식입니다. 처음엔 이 개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움직이면 자식도 따라갑니다
이 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부모의 움직임이 자식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입니다. 어깨를 회전시키면 연결된 팔 전체가 같이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팔을 움직이면 그 끝에 달린 손도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꾸게 되죠.
덕분에 프로그래머는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움직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각 부분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어 제어하기도 무척 편리합니다. 상위 계층을 건드리면 하위 계층이 알아서 따라오니 작업 효율이 높습니다.

로봇과 기계에 어울리는 방식
이러한 특징 때문에 로봇이나 기계, 갑옷을 입은 캐릭터를 표현할 때 아주 유용합니다. Mega Man 시리즈의 로봇 캐릭터들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팔과 다리가 관절을 기준으로 또렷하게 꺾이며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몸의 형태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고 딱딱한 느낌을 유지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기계적인 특성을 강조하여 캐릭터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딱딱한 형태를 가진 대상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드뭅니다.
부드러운 생명체 표현의 어려움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처럼 살과 근육이 있는 존재에게 적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관절 부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분리되어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이를 크래킹(cracking)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팔을 움직일 때를 보면 어깨 주변의 근육과 피부가 함께 변형됩니다. 하지만 강체 방식에서는 이런 변형 없이 관절이 칼로 자른 듯 나뉘어 움직입니다. 그래서 사람 캐릭터에게 적용하면 움직임이 다소 로봇처럼 딱딱해 보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활용
따라서 이 기법이 모든 캐릭터에게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기계나 로봇처럼 형태가 분명한 캐릭터에게는 설득력 있는 움직임을 제공합니다. 반면 감정 표현이나 부드러운 동작이 필요한 인간형 캐릭터에게는 어색함이 드러나기 쉽습니다.
움직임의 자연스러움보다는 파츠의 명확함과 기계적인 느낌이 필요할 때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그래머로서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적절한 곳에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